[어린이집 평가제 새로고침] ③어린이집 교사들이 경험한 개정 어린이집 평가제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우리가 정말 잘하는 걸 보여줄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어린이집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부모도, 교사도 이제 아이들이 진짜 놀이가 뭔지 더 알 수 있게 될 것."

"평소 어린이집에서 이뤄지고 있는 놀이와 상호작용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대한민국 모든 보육교사가 평가제에 부담 없이,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개정 어린이집 평가제를 직접 경험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Tmax소프트사의 직장어린이집 Tmax사랑어린이집의 교사들이 베이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어린이집 교사로서 우리가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게 무엇인지 조금 더 깊게 알 수 있는 시간" "우리가 정말 잘하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개정된 지표로 평가를 받아본 ‘선배’로서 이들이 하고 싶은 말도 일관적이다. "보육교사로서 그동안 자신이 해 온 것들을 믿고, 무엇보다 '딱 볼 것만 보고 간다'는 평가자들을 믿을 것!(웃음)"

현재 Tmax사랑어린이집에는 열 명의 교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이중 유혜선 주임교사, 김주현 교사, 정상애 교사가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평가제에서 이들이 담임을 맡고 있는 토끼반, 파랑새기린반이 관찰반으로 선정돼 평가자들의 현장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Tmax사랑어린이집에서 다년간 손발을 맞춰왔으며 보육교사 경력은 8년~12년에 달한다. 

 

베이비뉴스는 '어린이집 평가제 새로고침' 시리즈 기사를 위해 지난 7일 Tmax사랑어린이집을 찾아가 새롭게 바뀐 어린이집 평가제를 직접 경험한 소감과 의견을 청취했다. 고선경 원장의 인터뷰에 이어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다음은 유혜선, 김주현, 정상애 교사와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

◇ 확 줄어든 문서 평가, 개정된 지표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할 게 무엇인지 보였다”


베이비뉴스는 '어린이집 평가제 새로고침' 시리즈 기사를 위해 지난 7일 Tmax사랑어린이집을 찾아가 새롭게 바뀐 어린이집 평가제를 직접 경험한 소감과 의견을 청취했다. 고선경 원장의 인터뷰에 이어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왼쪽부터 김주현, 정상애, 유혜선 교사.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그동안 경험해온 어린이집 평가제는 이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교사들은 우선 그전의 평가제에 대해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높이고 유지하며 영유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점검하고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표 단위로 분절된 평가, 점수와 등급에 대한 부담, 중복된 서류평가는 평가제 자체의 본질을 흐렸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7월, 평가 대상으로 선정됐을 때, 평가하는 문서가 간소화됐다고는 하지만 정말로 이것만 준비해도 되는 건지 교사들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교사들이 학습공동체를 구성해 함께 매뉴얼을 공부하고,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제공한 평가제 교육 자료를 학습하며 변경된 내용과 중점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뭔가 바뀌고 있음을 체감했다.

"이번에 서류평가가 많이 간소화됐고,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지가 보였다. 우리가 실제 현장에서 해야 하는 부분들, 더 챙겨야 하는 부분들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김주현 교사)

"그 전 지표에서는 유기적이어야 할 아이들의 놀이와 상호작용이 좀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 지표에서는 놀이와 교사의 상호작용이 반영되어 있었고, 놀이, 배움에 대한 지원, 영유아 권리 존중 등이 제시된 지표를 보며 우리가 이 부분을 포인트로 잡고 가야 한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유혜선 교사)

"개정 평가제 매뉴얼 안에 사례가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스스로의 보육 일과를 돌이켜 보며, 내가 잘하고 있는지, 뭘 놓치고 있었는지를 점검할 수 있었다."(정상애 교사)

평가제를 준비하며 교사들은 한자리에 모여 한국보육진흥원이 제공한 강의를 함께 시청하며 평가 내용을 숙지했다. 영역별로 교사들끼리 역할을 나누고, 우리 원의 좋은 사례를 함께 살피며 서로 의견을 공유했다. Tmax사랑어린이집은 특히 놀이와 일상생활이 적절하게 순환하고 있는지, 상호작용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수시로 살펴봤다. 다른 반 교사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에선 영유아의 놀이 흐름 방향을 파악하고, 유의미한 놀이가 될 수 있도록 교사가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어린이집과 재원생 부모가 함께하는 자체평가에선 "부모와 교사 각각의 입장에서 어린이집 운영 전반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 어린이집의 강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라며 "평가지표를 부모님들과 함께 살펴보고 점검하며 평가제의 취지와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고, 학부모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신뢰가 더 생겼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교사들의 노고와 고충을 이해하게 되니 응원과 격려도 많이 보내주셨다"고 김주현 교사는 전했다.

◇ "개정 평가 과정, 어린이집 놀이와 상호작용 등 교사 전문성 높일 기회"

어린이집 평가의 여러 과정 중 가장 중요한 현장평가 당일에도 교사들은 그전과는 마음가짐이 좀 달랐다고 전했다. 우선 관찰반으로 선정됐을 땐 그동안 해 온 것을 자신 있게 보여주자는 단단한 마인드로 무장했고, 현장평가 당일 좋고 그럴듯해 보이는, 특별한 어떤 것을 보여주기 보단 자연스러운 어린이집 일과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며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높여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파랑새기린반(6~7세 혼합반)의 정상애 교사는 인상 깊은 경험을 했다. 

"저희반 놀이 일과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현장평가일 며칠 앞두고 그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어떡할지 고민하다가, 이것 또한 아이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고 아이들이 새롭게 흥미를 갖기 시작한 놀이를 중심으로 다시 일과를 구상했다. 그때 아이들이 관심을 보인 놀이의 주제가 '가을'이었는데, 자기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반영해 가을 공원에서 노래자랑, 가을패션쇼 등을 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것을 보고 평가 당일 현장평가자께서 놀이가 잘 이뤄지고 있고, 아이들이 무척 활발하고 자연스럽게 놀이에 몰입하며, 표현도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또 "선생님이 아이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 및 상호작용 하시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도 무척 든든하게 들렸다."(정상애 교사)

평가자와 교사 간 면담 시간도 교사들에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현장평가에선 평가자가 우선 현장평가 전 제출한 자체평가 보고서를 꼼꼼히 숙지하고, 이 내용을 기반으로 어린이집 현장과 보육 일과를 자세하게 관찰했다. 면담에선 어린이집에 깊게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였고, 당일 놀이 상황, 에피소드, 영아들 간 갈등관계 등을 세심히 살폈다. 현장평가 하루만으로 어린이집 일과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평가제의 근본적인 한계를 상쇄하기 위해 자체평가 보고서 숙지와 교사 면담을 통해 전후 관계를 자세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보였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그전에는 A등급을 받더라도 왜 A등급을 받았는지, 어떤 것을 잘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피드백이 없어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개정 어린이집 평가제에선 현장평가가 끝난 후 상호확인 시 "놀이와 상호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이 강점을 유지하도록 지속적이고 자율적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부분에 더 신경 쓰면 좋을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전문적인 부분을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교사들의 직업적 효능감과 자신감도 상당히 고취되는 경험을 했다"고 유혜선 교사는 전했다.

10월에 진행한 평가의 최종 결과보고서는 올해 말 어린이집에 공개된다. 등급이 아닌 각 지표에 대한 상세한 서술로 평가될 예정이며, 이 내용은 내년 2월 어린이집 정보공개포털 사이트를 통해 학부모들에게도 공개된다. 교사들은 "평정 지표의 부합 여부가 아닌, 우리 어린이집만의 결과서가 작성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김주현 교사는 "결과보고서에는 우리 원의 강점과 장점이 기술되어 있고,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다양한 측면에서 상세하게 기술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좋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지에 대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정 어린이집 평가제가 앞으로 현장에 정착된다면 어떤 변화가 예상될까. 교사들은 "그동안 있었던 압박감이나 부담감 없이, 그리고 교사들 스스로 주도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린이집 놀이, 상호작용 등에 전문성을 높일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국보육진흥원

"평가를 준비하며 놀이, 아이들의 배움과 지원 방향, 영유아 권리 존중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었다. 교사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좋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시간이었다. 제 4차 표준보육과정이나 2019 개정 누리과정과 연계하여 살펴본다면 현장에 더 도움될 것이라 본다. 앞으로 평가를 받을 어린이집 선생님들께서는 큰 부담감 없이 임하시길 바란다. 특별한 날이 아닌, 평상시 하던 모습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하면 된다."(김주현 교사)

"앞으로 아이들의 진짜 놀이가 무엇인지 더 아시게 되리라 본다. 아이의 놀이에 대해 의문스러웠던 부분들은 해소되고, 놀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며 교사가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실한 기준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평가를 앞둔 선생님들이 계신다면 '2024 개정 어린이집 평가 매뉴얼'을 우선 꼼꼼히 보시고, '함께 살펴보기' 문항에 스스로 답해보며 자체적으로 점검해보시길 바란다."(유혜선 교사)

"서류 검토가 정말 많이 줄어들어서 이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해소됐고, 2019 개정 누리과정이 지표에 반영돼서 이 지표를 기준으로 우리 반의 상황을 점검하고 평가하고 반영하는 순환이 가능했다. 영유아를 관찰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면 결코 힘든 평가가 아니니 큰 부담 없이 평가에 임하시길, 개정 평가 매뉴얼을 믿고 영유아에 집중하면 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정상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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